공정위 '쿠팡 총수' 지정이 불러올 후폭풍

입력 2021-04-27 17:24   수정 2021-04-28 00:49

‘쿠팡의 총수는 누구인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자산 5조원을 넘는 기업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동일인(그룹을 지배하는 총수)’도 함께 지정해야 하는 공정거래법 규정(제2조 제2호)을 따르겠다는 것이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어 총수 지정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김범석 쿠팡 창업자(이사회 의장)를 총수로 지정할 경우 공정위가 예기치 못한 후폭풍을 마주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김 의장의 총수 지명은 한국의 공정위가 미국 상장사를 감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쿠팡 한국법인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것은 공정위의 고유 업무다. 쿠팡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개연성 있는 모든 위험을 기술했는데, 공정위와 관련해선 한국법인이 공정위 감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김 의장의 총수 지정은 SEC에 보고한 규제 리스크를 넘어서는 영역이다. 공정위의 의도와 상관없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쿠팡Inc가 감시 대상이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는 쿠팡만의 독특한 기업 구조에 기인한다. 김 의장은 2010년 쿠팡을 창업하면서 미국 델라웨어와 서울 송파구에 두 개의 법인을 동시에 냈다.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지만, 글로벌 자금을 조달하고 우수한 정보기술(IT)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미국에 서류상 모(母)기업을 설립했다.

공정위의 ‘쿠팡 총수’ 지정 근거는 김 의장이 미국 쿠팡Inc 이사회에서 76.7%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분율은 10.2%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33.1%), 그린옥스(16.6%)에 이어 세 번째지만 차등의결권 덕분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총수에 지정되면 쿠팡Inc의 외국인 경영진과 이사회 임원들도 각종 거래와 관련한 정보를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큰손’으로 불리는 벤처캐피털 그린옥스의 창업자이자 쿠팡Inc 비상임이사인 닐 메타도 공정위 규제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정위가 미국 상장사 임원을 규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SEC 등 미 정부기관 소관이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동일인 지정을 두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는 것도 이런 실효성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글로벌 로펌 변호사는 “이사회 중심 경영이 이뤄지는 미국 기업에서 ‘그룹을 지배하는 특정인’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쿠팡Inc 이사회가 김 의장에게 차등의결권을 부여한 것은 창업자로서의 ‘비전’을 소중히 여겨서다. ‘그룹 총수’를 찾는 공정위의 접근을 글로벌 투자자들은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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